KBS2 '로맨스타운'의 개성 넘치는 여러 등장 인물 중에서도 돋보인 캐릭터,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에서 날아온 식모, '뚜 자르 린'은 단숨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눌한 한국어로 거침없는 반말에 할 말 다하는 그녀는 '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기 때문. 그러던 어느날 '뚜'가 한국말로 능숙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진짜 베트남 사람 아니었냐"며 한참을 다시 봤다. 그렇게 김예원은 '칭찬'받았고, 그녀의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로맨스 타운'이 시청률에 비해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것은 다양한 인간군상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여배우들의 힘이 컸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보다 더 이국적 매력을 뽐낸 김예원의 존재감은 빛났다.
브라운관에서는 신예에 속하지만 사실 김예원은 2008년 김신아라는 이름으로 섹시코믹영화 '가루지기'를 통해 데뷔, 이미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실력파다. 당시 신인답게 열심이었던 그녀는 그만큼의 인지도와 선입견이라는 장단점을 동시에 안았다. 한번 생긴 각인을 바꿔놓기란 새로 일구는 것보다 곱절은 힘든 법.
김예원은 좁아진 운신의 폭에 불평하기보다 약간의 전환을 꾀했다. 올해를 기해 이름을 바꾼 것.
이후 TV 단막극 '내 아내 네이트리의 첫사랑' 주연, 관객 700만 흥행에 빛나는 영화 '써니'에서는 라이벌 '소녀시대'의 리더로, 미니시리즈 '로맨스 타운'의 고정으로 안방 수목극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로맨스 타운'의 원제가 '식모들'이었던 것을 돌아볼 때, 김예원의 비중은 이미 보장돼 있었던 셈. 그녀는 "운이 좋은 이름인가보다"며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 듯 미소를 지었다.
'계급사회'의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준 '로맨스타운'에서 뚜는 네 명의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해야하는 '최하층'이다. 엄격한 집안에서 외동딸로 곱게 자란 그녀가 이러한 설정을 받아들이는데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동생들을 위하는 애틋한 심정은 잘 알지 못했지만 동료 배우들과의 교감 덕분에 곧 극에 몰입하게 됐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주인집에게 물벼락을 맞은 후 동료 식모 수정(이경실)언니가 무릎 꿇고 비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감정이입이 된 탓에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주인공도, 착한 캐릭터도 아니었지만 어떤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뚜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돈을 위해서는 배신도 궁리하는 옴팡진 눈초리도, 홀로 쓸쓸한 생일을 맞아 고향말로 신세한탄을 하는 모습도 귀엽다, 엉뚱하다, 불쌍하다 등 애정어린 평을 얻었다. 당초 대본에 씌여있는 뚜 자르 린은 그저 '입바른 말을 잘하는 베트남 처녀'였다. 여기에 김예원은 "타국에서 눈칫밥을 먹느라 겁이 많고, 감정 기복이 크며, 한국말을 뒤늦게서야 알아듣고 깜짝깜짝 놀라는 등 특징과 성격을 덧붙여나갔다"고 고민의 흔적을 고백했다. 작가와 감독의 이해를 구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베트남어 그 자체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말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인간극장' '러브 인 아시아'등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보면서 연구했다. 성조도 다양한데다 발음도 어려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베트남 사람이 아닐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로맨스 타운'으로 '육쪽마늘' 언니들도 생겼다. 막강파워 희극인이자 정극 연기자로도 호평을 받고있는 대선배 이경실은 "네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격려로 그녀를 감동시켰다. 대학교(중앙대 연극영화학)에서 전공하고 있는만큼 연기의 기본기가 튼튼한 것은 분명하나 실상 대선배가 다시 돌아볼 만큼의 힘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김예원은 고등학교 2학년 재학중 발목부상으로 현대무용가의 꿈이 좌절됐고, 절망으로 근 한 달을 피폐한 상태로 보냈다. 살아야 했기에 희망을 찾아야 했고, 무대의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어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입시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반년. 그럼에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연극영화과에 합격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 그때의 '한'은 지금의 그녀를 만든 '힘'이 됐다. 무용가는 포기해야 했지만 기본기는 고스란히 남아 있어 리듬감과 춤실력이 필요한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낼 요소는 충분하며 의욕도 대단하다는 것이 주위 스태프들의 공통된 의견.
또한 배우임에도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 OST '새', KBS '공부의 신'의 러브테마 '그래도 좋은 사람', SBS '신기생뎐' OST '연정가' 등을 부른 가수로 이미 가창력까지 인정받았다. 정식 가수데뷔 제의를 받고 있지만 "어렵게 다시 찾은 목표를 제대로 세울 때 까지 몰두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이제 김예원은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에 힘입어 일찌감치 찍어둔 단막극 '내 아내 네이트리의 첫사랑'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제32회 TV 드라마 극본 신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 '우리 동네'를 연출해 호평받았던 정길영 감독의 작품.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 네이트리와 한국인 남편(박원상)과의 진실한 사랑을 그렸다. '네이트리'는 곧바로 '로맨스 타운'의 캐스팅이라는 선물을 안긴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김예원은 "베트남이라는 국적만 같을 뿐 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그저 열심히 하는 것'과 '애정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며 각별한 애착을 드러냈다.
'로맨스 타운' 종영 후 모처럼 주어진 휴식기에는 특기이자 취미인 피아노와 기타, 드럼 등 악기연주에 매진할 생각이다. 무대에 대한 '한'을 풀 또 다른 작품을 기다리는데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가진 제일의 목표다.
박인숙 기자 noelleon@clubcity.kr
사진=김치윤 기자 cyk78@clubcity.kr
캡션: 드라마에서도, 네티즌 사이에서도 '깨알재미'로 히트친 뚜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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