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배우 김예원이 이토록 조근조근한 말투를 가진 사람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마주한 이 배우가, 걸걸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영화 '써니' 속 소녀시대 리더, KBS 2TV 드라마 '로맨스타운'의 베트남 처녀를 모두 연기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통통 튀는 강나현, 옴니버스 호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 속 날선 눈빛의 간호사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의문부터 들었다.
"영화 '써니' 이미지가 각인돼서 그렇게들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제 실제 성격은 원래 이런데, 많은 분들이 왜 이렇게 차분하냐고들 하시더라고요.(웃음) 부모님께서는 제 영화나 드라마를 보시고 '대체 대사 연습은 언제 하는 거니'라고도 말씀하세요. 집에서도 조용히 있으니 신기하셨나봐요."
영화 '무서운 이야기'에서 김예원은 네 번째 옴니버스 '앰뷸런스'의 주인공 간호사를 연기했다. 극중 그는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도시에서 딸 수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김지영 분)와 날선 심리전을 펼친다.
모녀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수진에게서 열상이 발견되고, 간호사는 좀비에 물렸을 지 모르는 수진을 내려두고 가자는 군의관(조한철 분)과 대립한다. 열상이 좀비에 의한 것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니 환자를 우선 병원으로 옮기자는 것이 간호사의 주장.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스러워지는 환자 어머니의 행동에 간호사 역시 갈등을 겪는다.
짧지만 강한 인상의 영화 '앰뷸런스' 작업 당시를 떠올리며 김예원은 "영화 자체가 강렬하다 보니 인물들도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며 "속이 더부룩하면 집중력이 떨어질까 밥도 먹지 않고 연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극중 간호사는 정의의 편이예요. 그래서 처음엔 환자 어머니의 입장에 서지만 중간부턴 갈등을 하죠. 수진이가 좀비라는 확신이 들면서는 여러 감정을 겪게 되는 인물이예요. 그래서 평정심으로 연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굶어가며 촬영을 했죠."
좀비는 영화 '28일 후'나 드라마 '워킹데드' 등을 통해 해외에선 이미 큰 인기를 얻었던 소재지만 국내에선 결코 흔치 않은 이야깃거리였다. 희소한 소재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김예원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좀비물인 만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망상 신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얼마만큼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단편같지 않은 단편이었어요. 워낙 좋은 신을 끌어내려다 보니 알차게 찍었죠. 단기간에 최대한의 불안과 공포를 만들어내야 했어요. 그렇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앰뷸런스라는 막힌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비교적 세트가 크게 제작됐고 카메라 각도도 연기하기 최대한 편하게 연출해주셨죠. 가장 신경썼던 것은 스스로 집중력을 지키는 것, 그 뿐이었어요. 함께 한 김지영 선배는 현장에서도 다들 엄지손가락을 세울 만큼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셨거든요. 그런가 하면 몸을 던지는 상황에서도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김예원은 총을 든 김지영과 맞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디테일한 촬영 현장에서 합이 맞지 않아 총구에 실제로 얼굴을 맞기도 했다. 와이어 액션에 도전한 소감을 말하면서는 "줄이 아니라 쇠더라"며 "다시 도전한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와이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호러물에 도전한 김예원은 정작 공포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는 "딱 두 번, 누군가 함께 보자고 해서 억지로 (공포 영화를) 봤는데 두 번 다 화를 냈었다"며 "연기에 참고하기 위해 '28일 후'나 '워킹데드'를 봤는데 나중엔 해탈을 하게 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무서운 이야기'에 앞서 영화 '가루지기'와 '써니', 드라마 '로맨스타운' '로맨스가 필요해'로 존재감을 알려 온 김예원은 "스스로 배우라는 말을 쓰기가 아직은 부끄럽다"고 했다. "'배우'의 '광대 배(俳)'자가 '사람 인'에 '아닐 비'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더 그렇다"고도 덧붙였다.
"배우라는 이름에는 그만큼의 굉장한 무엇이 들어있는 느낌이예요. '안녕하세요, 배우 김예원입니다'하고 소개하기 쑥스럽죠. '연기자'라고 소개하는 것은 조금 덜 부끄러운 것도 같아요.(웃음)"
차근차근 제 색깔을 찾고 있는 김예원은 "'무서운 이야기'를 기점으로 보다 많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긴 눈매에 담긴 가느다란 웃음에서 이 똑부러지는 여배우의 잔잔한 욕심을 보았다.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김예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예원 “공포물 못봐도 좀비영화라 끌렸죠” (0) | 2012.07.30 |
---|---|
무서운 이야기 한국판 좀비 탄생 이렇게 제작됐다 (0) | 2012.07.29 |
공포영화 못 본다던 김예원, 연기할 땐 좀비보다 독해∼ (0) | 2012.07.28 |
배우 김예원, 스크린-브라운관 180도 다른 모습 ‘변신의 귀재’ (0) | 2012.07.27 |
김예원 '공형진의 씨네타운'에 출연 (0) | 2012.07.19 |